내주 법관회의 안건 상정 놓고 논의
전국 판사들도 채택 반대 의견 많아
김남국 “판사 움직여 달라” 다음날
법관회의서 논의 제안 올라와 논란
하지만 해당 안건은 법관대표회의 내규상 ‘회의 7일 전(11월 30일)까지 제안자를 포함해 5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제6조 1항)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동의한 대표가 3명에 그치면서다.
“판사 문건, 재판 침해할 우려” 의견 있어…법관회의 현장서 안건 채택될 가능성도
다만 회의 당일 의장이 안건을 직권 상정할 수 있고, 현장 참석 법관들이 9명의 동의를 얻어 상정할 수도 있다. 법관대표회의 공보간사가 3일 “검찰의 법관에 대한 정보 수집의 주체와 범위에 비추어 이번 사안이 재판의 독립을 침해한다는 의견, 그럼에도 재판이 계속 중인 사안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의견 등이 존재한다. 이 문제에 대한 안건 상정 여부 등은 정기회의 당일 확인이 가능하다”고 밝힌 배경이다.
이날까지 법관 대표들이 의견을 수렴한 결과는 판사 다수가 의안 채택에 반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 판사는 “대법관들의 재판 업무를 보좌하는 대법원 단독판사(재판연구관)들의 다수 의견 역시 법관대표회의가 불법 사찰 의혹을 안건으로 삼아 공식 의견을 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단독판사 다수는 근거 사유로 네 가지를 들었다.
▶지금까지 밝혀진 문건 내용만으로는 큰 위법사항이 있다고 볼 수 없다. ▶현행 형사소송법이 당사자구조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재판 당사자인 검사가 재판장의 성향을 파악하는 문건을 작성한 것은 재판 준비의 일환으로 볼 여지가 있다. ▶객관적 사실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상보고서나 검토보고서 등의 자료도 없이 일부 언론이 보도한 사실관계만 갖고 대응한다면 구체적 사건의 심리를 맡은 본안 재판부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이미 정치적 이슈가 된 사건이라서 법원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등이다. 이에 더해 법관대표회의가 당일 의안으로 채택한다면 김남국 의원의 전화통화 의혹의 철저 규명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다수도 반대 의견이었다. 한 부장판사는 “법관대표회의가 아무리 법원만의 문제에 한해 중립적인 표현으로 결의하더라도 정치권에서는 이를 자신에 대한 지지 의견으로 변질시켜 정치적으로 이용할 것이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의견을 낸 판사 가운데 3 대 1의 비율로 반대가 많았다고 한다.
다만 서울고등법원은 신중한 의견을 피력했다. 꼭 결의에 이르지는 않더라도 재판의 중립성이나 법관의 독립에 위해가 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논의의 장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 부장판사가 제안한 시점도 미묘하다. 지난달 26일 윤 총장이 ‘주요 특수·공안 사건 재판부 분석’이라는 제목의 검찰 내부 보고서를 전격 공개한 데 이어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누군가와 통화하며 ‘판사들이 움직여 줘야 한다. 판사 출신 변호사들이라도 움직여 줘야 한다. 여론전을 벌여야 한다’며 판사들의 집단행동을 유도했다고 지목된 다음 날이라서다. 다만 김 의원과 장 부장판사가 사전 교감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한 판사는 “우리법연구회 출신 판사가 법과 양심에 따라 윤 총장에 대해 직무정지 집행정지 결정을 한 것처럼, 이번 의안 채택 건도 편 갈라치기가 아니라 사실관계에 기초해 합리적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경근 청주지법 부장판사는 “소추기관인 검찰이 이를 심판하는 기관인 법관을 사찰했다고 충분히 의심할 만한 정황이 나왔는데 그 누구도 사과는커녕 유감 표명 한마디 없이 당당하다”면서 “법관대표회의에 법관과 재판의 독립성에 관한 침해 우려 표명을 해줄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조강수 사회에디터 pine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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