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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October 9, 2020

[박성민의 정치 인사이드]‘오버 페이스’ 이재명, ‘친문 페이스’ 이낙연…둘 다 위험한 전략이다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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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정치컨설턴트
2020.10.10 06:00 입력 2020.10.10 06: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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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길, 이낙연의 길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이재명이 대통령이 된다면
김대중·노무현 신화를 뛰어넘어
진정한 ‘블랙 스완’이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재명의 대선 레이스는 분명 ‘오버 페이스’다.

대권 레이스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경향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추석 특집 여론조사 결과,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24%, 이재명 경기도지사 24%로 팽팽한 양강 구도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이낙연 47%, 이재명 27%로 격차가 있긴 하지만 이재명의 상승세가 무섭다. (당내에서 안정적 기반을 갖지 못한) 여권 주자가 압도적 1·2위인 경우는 역사상 처음이다.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 되는 것이 좋다 44%,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 37%이므로 다음 대통령이 두 사람 중에서 나올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꽤 높다.

지금은 이재명의 시간이다. 국민의힘 지지층도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거침없이 치고 나가는 스타일은 ‘정치적 인파이터’ 노무현을 떠올린다. 코로나19 전쟁에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총사령관의 이미지를 얻었다면 이재명은 과감한 추진력으로 ‘야전사령관’의 이미지를 얻었다. 코로나 정국에서 대중은 합리적인 정치인보다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를 더 선호한다. 정치적 이슈보다 정책적 이슈에 더 민감하다. 이재명은 코로나 정국의 최대 수혜자다.

이재명은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지역·이념·세대·계층에서 고르게 지지를 얻었다. 이낙연과 비교했을 때 편차가 매우 작았다. 이낙연이 진보·중도·보수에서 38%·19%·13%의 지지를 받은 반면, 이재명은 29%·27%·18%의 지지를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부정 평가층에서도 비슷한 흐름이다. 이낙연이 긍정·부정 평가층에서 40%·6%인 데 반해 이재명은 28%·20%다.

모든 세대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고른 지지를 받았다. 호감도도 가장 좋다. 이런 지표는 이재명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외연확장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언제든 이탈할 가능성이 높은 ‘낮은 충성층’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보수층에서는 ‘문재인이 싫다’는 의사를 보여주기 위해 ‘이재명이 좋다’고 말한다.

2022년에 이재명은 ‘블랙 스완’이 될 수 있을까? 17세기 말에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에서 발견되기 전까지는 ‘검은 백조’는 존재할 수 없는 형용모순의 상징이었다. 발견된 뒤로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나 ‘불가능하다’고 인식된 상황이 실제 발생하는 것을 가리키는 은유적 표현으로 의미가 바뀌었다.

월가에서 증권분석가로 일한 경험이 있는 나심 탈레브는 2007년에 <블랙 스완>이라는 책에서 그 개념을 “과거의 경험으로 확인할 수 없는 기대 영역 바깥쪽의 관측 값으로, 극단적으로 예외적이고 알려지지 않아 발생 가능성에 대한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장을 가져오고 발생 후에야 적절한 설명과 예견이 가능해지는 사건”이라고 정의하고 ‘경제공황’이나 ‘9·11테러’를 예로 들었다. 한마디로 블랙 스완이란 예측할 수 없는 ‘극단적 사건’이라는 것이다.

반면 <커런시 워>(Currency wars, 통화전쟁)의 저자인 제임스 리카즈는 블랙 스완을 ‘극단적 사건’이 아니라 ‘일상적 사건의 극단적 결과’로 해석했다. 나는 이 해석에 동의한다. 예컨대 9·11테러도 방식과 규모에서 훨씬 충격적이긴 하지만 일상적으로 일어나던 테러가 극단적인 참사로 이어진 것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에게 후보를 양보하면서 불기 시작한 ‘안철수바람’을 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듯이 호들갑을 떨면서 ‘현상’이라고 거창한 이름을 붙였지만 알고 보면 그런 ‘바람’은 이미 여러 번 있었다. 1995년 무소속으로 나와 서울시장이 거의 될 뻔했던 ‘박찬종바람’은 빼더라도 대선 판을 뒤흔든 큰 바람도 세 번이나 있었다. ‘(이회)창풍’ ‘노(무현)풍’ ‘안(철수)풍’ 모두 강력한 태풍이었다.

태풍은 태양으로부터 받는 열량의 차이가 ‘열적 불균형’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발생한다. 정치에서의 바람도 마찬가지다. 정치·경제적 질서로부터 받는 혜택의 차이가 ‘사회적 분노’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기존 체제에 대한 대중적 분노는 정치가 무능할 때 폭발한다. 대중이 분노하는데 정치가 싸우지 않으면 대중은 대신 싸워줄 ‘영웅’을 기다린다.

아마도 노무현이 한국 정치 역사상 대중의 분노를 자신의 정치적 에너지로 만드는 데 가장 탁월한 정치인이었을 것이다. 그는 대중이 분노하는 지점을 정확히 읽을 줄 아는 능력이 있었고, 그것을 폭발시킬 수 있는 선동의 기술도 있었다. 노무현은 자기가 무엇에 분노하는지, 누구와 싸우려고 하는지, 누구를 대변하려고 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는 반대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재명이 정확히 그 길을 따라가고 있다. 노무현이 그랬듯이 기성 체제에 대한 이재명의 분노도 실존적 경험에서 잉태되었다.

이재명도 ‘소수당의 소수파’였던 노무현처럼 ‘언더도그’(underdog) 전략으로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만일 이재명이 대통령이 된다면 김대중·노무현 신화를 뛰어넘어 진정한 ‘블랙 스완’이 될 것이다. 과연 그런 일이 일어날까. 1987년 이후 대선 캠페인 역사를 되돌아보면 지금 이재명이 가는 길은 누구도 가본 적이 없다. 그는 대통령으로 가는 등정에서 새로운 ‘이재명 루트’를 개척 중이다.

1987년 이후 대통령이 된 루트는 두 가지밖에 없다. 1987년 노태우, 1992년 김영삼, 1997년 김대중, 2012년 박근혜, 2017년 문재인 모두 당 대표로 지지기반을 넓힌 후, ‘밴드왜건’(bandwagon) 전략으로 대통령이 되었다. 대통령이 되지는 못했지만 (후보는 되었던) 1987년 3김, 1992년 김대중, 1997년 이회창, 2002년 이회창, 2007년 정동영, 2017년 홍준표 모두 당 대표를 거쳤다.

당 대표를 거치지 않고 대선 후보가 된 사례는 2002년 노무현, 2007년 이명박, 2012년 문재인이다. 그중에서 ‘언더도그’ 전략으로 성공한 사례는 노무현과 이명박이다. 이재명이 당 대표를 거치지 않고 대선에 도전한다는 점에서는 노무현과 이명박의 루트를 걷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정적 차이가 있다. 그들은 말 그대로 언더도그로서 대세론을 형성하며 상당히 앞서가고 있던 이인제와 박근혜를 뒤쫓아 힘겹게 역전했다. 노무현과 이명박은 지지율에서 1위를 달리고 있던 상대 당 후보(2002년 이회창, 2007년 고건)와의 가상 대결에서 더 경쟁력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자 역전의 모멘텀을 확보했다.

지지율이 너무 빠르게 올라왔다.
2002년 노무현은 도전자고 약자였지만
지금 이재명은 강자의 이미지가 있다.
언더도그로서는 위험한 전략이다.

그런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이재명의 대선 레이스는 분명 ‘오버 페이스’다. 지지율이 너무 빠르게 올라왔다. 정상을 향해 익숙한 루트로 올라가고 있는 이낙연의 대세론을 막는 데는 성공했지만, 경선과 본선 승리를 생각할 때는 좋은 전략이 아닐 수도 있다. 2002년 노무현은 누가 봐도 도전자고 약자였지만 지금 이재명은 이미 강자의 이미지가 있다. 노무현은 강자와 싸웠는데 이재명은 (권력에는 아무 말도 못하고) 약자에게는 가혹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언더도그로서는 위험한 전략이다.

5년 단임제의 특성상 같은 정당에서 정권을 계승한다고 해도 30% 정도는 정권 교체의 성격을 띠고 있다. 뒤집어 말하면 여당 후보라도 30% 정도의 ‘차별화’가 불가피한 것이다. 1992년 김영삼, 2002년 노무현, 2012년 박근혜 모두 30% 정도는 정권 교체 성격이 있었다. 2002년 노무현의 성공 비결은 ①민주당과 일체성이 강했다(이인제는 ‘민주당 DNA’가 부족했다), ②젊은 도전자이자 야당 후보처럼 싸웠다(이회창이 여당 후보처럼 보였다) ③김대중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영남 후보로서 정권 교체를 원하는 유권자를 꽤 흡수했다)

당 대표를 거치지 않고 후보가 된 세 명의 사례에서 이재명이 놓치면 안 될 것이 있다. 2002년 노무현, 2007년 이명박, 2012년 문재인이 후보가 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새로운 ‘경선 룰’의 도입이다. 2002년 국민 참여 경선, 2007년 여론조사 20% 반영, 2012년 모바일 투표 도입이 경선 결과를 바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분명한 것은 지금 이재명 지사는 기존의 성공적인 두 모델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내 비주류 중의 비주류인 이재명이 당내 주류인 친문과 유력 경쟁자인 이낙연이 호흡을 채 가다듬기도 전에 초반부터 엄청난 스퍼트로 치고 나가 골인하는 새로운 모델이다. 체력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오버 페이스’는 조기에 무너질 수 있다. 이재명이 ‘이재명 루트’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역사적 사례로 보면 현직 대통령과
차별화에 성공해야 대권 도전에 유리했다.
이낙연은 지금 문 정권과 공동 운명의 길을 가고 있다.

반면 이낙연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등정에 성공한 루트를 선택했다. 그렇다고 그 길이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현직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갈등을 해소하지 못해 본선에서 실패한 1997년 이회창, 2007년 정동영의 실패 사례가 있다. 현직 대통령과의 갈등 때문에 꿈이 꺾인 김무성(한때 지지율 1위였다)도 있고, 예상에 없던 서울시장 보궐선거라는 크레바스(crevasse)에 빠져버린 2011년 홍준표도 있다. 여당 대표를 거쳐 대통령으로 가는 길은 매우 험난하다.

솔직히 말하면 이낙연도 위험한 전략을 선택했다. 문재인의 지지율이 여전히 45% 언저리고, 총선에서 180석의 압승을 한 상황에서 6~7개월짜리 당 대표를 하겠다는 것은 차기 대권을 스스로 ‘쟁취’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차기 대권 지지율 1위가 당을 맡는 순간 신·구 권력 간의 긴장과 충돌은 불가피하다. 차별화를 하는 것도 위험하고, 안 하는 것도 위험하다. ‘부지런한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다’지만 ‘부지런한 벌레가 먼저 잡혀먹힌다’는 뜻일 수도 있다.

역사적 사례로 보면 차기 권력이 현직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데 성공해야 정권재창출에 유리한데 대체로 현직 대통령의 태도가 성공을 좌우한다. 이낙연이 전략적 차별화를 시도할 때 문재인의 수용 여부가 성패를 결정한다. 이 선택은 문재인이 위험을 감수하는 전략이다. 반대로 이낙연이 문재인과 차별화하지 않고 친문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이 된다면 그것도 새로운 사례가 될 것이다. 이 전략은 이낙연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문재인과 이낙연이 어떤 계획을 갖고 있고,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이낙연의 행보는 후자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호남과 친문의 ‘전략적 동맹’이든, 생존을 위한 ‘운명공동체’든 문재인 정권의 공과와 운명을 같이하겠다는 현실적 선택이지만 냉정하게 평가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큰 위험한 전략이다.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이낙연은 9월23일 한국방송기자 클럽 토론회에서 ‘문빠’로 불리는 당내 강성 친문 지지자들이 당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에너지를 끊임없이 공급하는 에너지원”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마치 문재인이 2017년 경선에서 “경쟁을 흥미롭게 해주는 양념”이라고 답한 장면과 오버랩되었다. 그 순간 갈 길을 정한 것이다. 문재인과 이낙연은 강성 지지층과 운명을 같이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재명도 이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이것이 ‘지지자들에게 욕먹을 용기’가 있었던 노무현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다.

이재명과 이낙연 모두 위험한 전략을 선택했다. 누구든지 성공한다면 캠페인 역사에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다. 캠페인 컨설턴트로서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박성민

‘오버 페이스’ 이재명, ‘친문 페이스’ 이낙연…둘 다 위험한 전략이다


1991년 설립한 정치컨설팅그룹 ‘민’의 대표이자, 한국의 대표적인 정치컨설턴트다. 30년 이상 선거를 치르면서 익힌 감각과 예리하고 독창적인 시각을 평가받고 있다. 정치게임에서 승리하는 법칙을 담은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긴다> <정치의 몰락>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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